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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기술의 전반적인 문제인식 - 정규원 -

  • 작성자 연구원관리자
  • 등록일 2020-05-26
  • 조회 227

일반인은 산림기술을 모른다. 그냥 나무심고 벌채하는데 기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조금 안다고 하면 아니 임업계에 종사한 분들은 산림기술을 이야기하면 “사방기술뿐 아닌가”라고 한다. 

저자가 2006년부터 많은 산림사업의 적산기준과 품셈, 기본 매뉴얼, 교본작업을 했다. 하나 만들고 나면 우리 산림기술이 조금은 나아지겠지 하면서 한 작업이 10년이 넘었다.

 

2016년에 지금까지 만든 각종 사업의 품셈을 묶어 교보문고에 “산림사업 표준품셈”을 출판하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엔지니어링 대가기준”에 의거하여 용역비가 산출되고 건설품셈에 따라 설계하고 건설법에 의해 시공하는 일들이 빈번하였다. 

2018년 산림청에서 산림사업 표준품셈 초판을 만들어 배부 했지만 파급효과는 크지 못한 것 같다. 여전히 교본을 무시하는 이상한 기술이 현장에서 만들어지고 승인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그럼 무엇 때문인가 고민하고 여러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근본적이고 전반적인 문제점이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기준을 만들고 기본적인 교본에 의한 기술교육과 시책교육을 하여도 현장은 바뀌지 않는 것이다. 

 

본 저자는 바뀌지 않는 원인을 다음과 같이 인식하고 있다.

먼저, 산림사업은 지역별, 현장별 여건이 다르다. 또한 산림사업은 장기적으로 연결되는 사업이다. 

그러나 획일화된 시책과 기술을 적용하여야 하며 수시로 시책 또한 바뀐다. 생태와 경관을 감안한 사방사업을 하라고 시책이 시행되면 전국이 유역이 작든 크든, 물이 있든 없든 사방댐에 어도와 생태통로를 만든다. 기술자의 주체성은 없다. 

시책에 지시된 사항을 그대로 계획하고 설계하고 시공하는 것이다. 물론 평가항목에 들어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모두가 한다. 공무원도 설계자도 감리자도 시공자도 아무도 반기를 들지 못한다. 

생태적 벌채 시책에 의해서는 도로 조망점, 산지경사, 비옥도, 수종 등을 무시한 채 피압된 굽은 나무 하나만을 산등에 남긴다. 전국이 같은 현상이다.

벌채지에 어떠한 동식물이 있고 서식처는 어디며 종다양성이 높은 구역이 어디고 향후 벌채 후 복원 및 재해를 감안하여 남기는 나무와 구역설정은 엄두도 못 낼 상황이다. 

벌채업체가 그것을 알아서 남기지 못하고 설계자도 적은 용역비로 기본조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둘째로는 산림기술자의 경시와 기술 이해 부족이다. 

산림기술은 고유한 기술이며 독창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고급기술자격을 가진 기술자라도 9급 공무원 보다 기술이 부족한 것으로 취급받는다. 

열정있는 기술자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제안해도 바로 수정을 가한다. 거기서 살아남은 기술은 현장기술심사에서 가차없이 날아간다. 나이 많은 선배기술자들이 그냥 두지 않는다. 경험치가 중요하다고 내가 잘 안다고 그냥 날라버린다. 

그나마 다행히 살아남은 기술은 회계감사에 토목직, 행정직 공무원이 가차없이 기술을 망쳐 버리게 이것저것 날려버린다. 우리 산림기술자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포기하고 만다. 그 설계가 현장에 오면 어떻게 되겠는가?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그래도 살아남은 기술은 현장 자문단과 지역주민들에 의해 더 엉망이 된다. 이것이 우리 산림기술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특히 용역비, 사업비를 적게 주려는 노력은 정말 눈물겹다. 

우리 시장을 우리가 죽이는 꼴인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참여한 분들이 과연 우리 산림기술을 아는지, 이해는 하는지, 얼마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지 아는지 묻고 싶다. 

최근 엔지니어링 대가기준의 용역비 요율이 올랐다. 이미 타 업계에서는 공사비 요율방식을 사용하는 것을 최대한 제한하고 있고 사실 우리 산림사업은 적용대상이 되지 못한다. 일반 건설공사와 산림사업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용역비를 깎기 위한 공무원들 간의 전쟁이 일어났다. 이게 무슨 우리 기술을 이해한다고 할 수 있는가?

 

셋째로는 지역주의와 사업규모가 적어 좋은 기술의 적용이 어렵다. 

2019년도 말 기준 산림사업법인은 2,128개, 엔지니어링업체가 554개, 기술사사무소가 105개이다. 2014년 기준해서 40%정도 증가한 수이다. 

그러나 산림사업 발주 총액은 2014년 기준으로 2019년 10,605억원으로 그대로이다. 특히 산림사업의 설계비 평균은 14,400천원, 감리비 평균은 7,700천원이다. 

타 분야에서 보면 뭐라 할 것인가? 그것도 산간 오지에서 하는 사업치고 너무나 적은 금액이다. 이렇게 하고도 왜 업체를 유지하고 있을까? 

지역주의다, 그리고 쪼개기 발주를 해도 수의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소규모 업체가 기술투자, 인적투자를 할 수 있을까? 지역별로 퇴직공무원, 산림조합직원들이 소규모로 업체를 등록하여 활동하고 사업을 거의 독점하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지역주의는 산림기술발전에 치명적이다. 같은 공법과 재료가 매년 적용되고 있으나 설계자, 감리자는 그 지역에서 선임되기 때문에 바뀌지 않는 것이다. 사업규모를 유역, 마을 단위로하여 기본설계, 실시설계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계약단위를 규모화하여 좋은 기술이 유입되도록 공개경쟁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술자의 기술철학과 직업윤리의 문제이다. 

우리 기술자들이 우리 산림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한다는 각오로 대 국민에게 우수성을 알려야 한다. 

국민들은 임도, 등산로, 휴양림 등에서 우리의 기술을 본다. 외국과 비교도 할 것이다. 

우리 후배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기술 적용 철학과 기본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 산림기술연구원 원장 정규원 -